재정경제부가 지난 3일 발표한 2026년 세제개편안이 논란을 키우고 있다. 보유세 인상과 장기보유특별공제(장특공) 개편을 골자로 한 이번 안은 7월 23일 이재명 대통령 주재 부동산 토론회 이후 불과 11일 만에 나왔다. 5년간 13조 3000억 원의 세수 효과를 예상하며 「투기 억제」와 「실거주 중심」을 내세우지만, 정작 중산층 실수요자에 대한 충분한 영향 분석은 보이지 않는다. 17만 가구가 영향을 받을 것이라는 정부 추산조차 어떤 시뮬레이션으로 도출됐는지 불분명하다.
이번 개편의 핵심은 시가 30억 원 이상 주택부터 종부세를 올리고, 40억 원 이상은 중과하며, 20억 원 넘는 비거주 1주택은 내년 종부세가 4배 이상 뛰는 구조다. 장특공은 2028년부터 거주 연 6%·보유 연 2%로 조정되고, 2029년엔 보유 공제를 아예 없앤다. 정부는 「실거주 중심」 전환이라 강조하지만, 자유기업원이 6월 발표한 보고서는 이미 경고했다. 보유세 증세는 항상 「소수 고가주택」을 명분으로 시작되지만, 공시가격·세율 조정을 거쳐 결국 중산층까지 부담이 확대된다는 것이다. 지난 2018~2020년 종부세 강화 당시에도 같은 패턴이 반복됐다.
이번엔 그 유예마저 없다.
더 큰 문제는 논의 속도다. 7월 23일 대통령 주재 토론회에서 보유세 강화 필요성이 제기되고, 30일 사전브리핑을 거쳐 8월 3일 확정안이 나왔다. 열흘 남짓한 기간에 소득계층별·지역별 납세 부담 변화를 정밀 시뮬레이션했다고 보기 어렵다. 입법예고(8월 4~20일)와 국무회의(9월 1일), 정기국회 제출(9월 3일 이전)까지 일정은 빡빡하게 짜여 있지만, 정작 납세자가 겪을 현실은 추상적 수치 「17만 가구」로만 뭉뚱그려졌다. 구윤철 부총리는 「30억 원짜리 1채보다 10억 원짜리 3채를 가진 사람의 세 부담이 컸던 과세형평 문제를 해소한다」고 했지만, 그 형평 기준이 납세 능력·현금흐름·생애주기를 얼마나 반영했는지는 알 수 없다.
세수 13조 원 중 종부세가 9조 3000억 원을 차지한다는 점도 우려스럽다. 보유세는 소득이 아닌 재산에 부과되므로 납세자의 현금흐름과 무관하게 고정 부담을 만든다. 은퇴 후 소득은 줄었지만 오래 보유한 주택 가격만 올라 종부세 대상이 된 1주택 고령층, 상속받은 주택 때문에 2주택이 된 중산층 실수요자에게 이번 개편이 어떤 충격을 줄지 정부는 구체적 사례를 제시하지 않았다. 「민생 지원으로 6조 3000억 원 세 부담을 줄인다」는 설명은 있지만, 그 혜택이 보유세 증가 타격을 받는 계층과 겹치는지도 불분명하다.
조세 개혁은 장기 로드맵과 사회적 합의를 거쳐야 한다. 하지만 이번 개편은 토론 11일 만에 안을 확정하고, 입법예고 17일을 거쳐 국회로 넘기는 속전속결 방식이다. 정부가 「대체불가 대한민국을 위한 경제대도약 지원」이라는 거창한 목표를 내걸었지만, 정작 납세자의 구체적 생활은 17만이라는 숫자 뒤에 가려졌다. 2018년 종부세 강화 때도 같은 논란을 겪었다. 당시 정부는 시뮬레이션 결과를 단계적으로 공개하고 유예 기간을 두었지만, 결국 중산층 반발로 제도를 수차례 손봐야 했다. 이번엔 그 유예마저 없다. 졸속 논의가 빚은 불안을 정부는 9월 국회 전까지 어떻게 해소할 것인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