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데이터처가 지난달 31일 발표한 6월 산업활동동향에서 전산업생산이 전월 대비 2.3% 증가해 2020년 6월 이후 6년 만에 가장 큰 증가 폭을 기록했다. 광공업·서비스업·건설업이 고르게 생산을 늘리며 석 달 만에 증가세로 전환했다. 그러나 같은 달 소매판매는 2분기 전체로 전년 동기 대비 1.7% 감소했고, 건설기성도 4.6% 줄었다. 생산 현장은 돌아가는데 소비는 얼어붙은 괴리가 뚜렷하다.
이는 수출 대기업 중심의 회복이 고용과 소득 증대로 이어지지 못하고 있다는 사실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올해 1분기 상용근로자의 월평균 명목임금은 455만 5천 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3.4% 올랐지만, 실질임금은 384만 7천 원으로 불과 1.3% 증가에 그쳤다. 3월 실질임금은 356만 원으로 전년 대비 0.1% 증가에 머물렀다. 임금 인상분의 상당 부분이 물가에 잠식되면서 가계의 실질 구매력은 사실상 제자리걸음이다.
공장이 돌아가도 가계 지갑이 열리지 않으면 내수 경제는 살아날 수 없다.
물가 상승세가 꺾이지 않는 것도 소비 회복을 가로막는 핵심 요인이다. 올해 3월 2.2%였던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6월 3.2%까지 오른 뒤 7월 들어 2.8%로 다소 둔화됐다. 정부는 6월 27일부터 시행한 7차 석유제품 최고가격 인하로 7월 물가가 0.3%포인트 완화됐다고 설명하지만, 석유류를 제외한 근원물가는 여전히 높다. 2025년 2.1%로 안정세를 보이던 물가가 올해 재반등하면서 한국은행은 올해 물가 전망치를 2.7%로 상향했다. 전문가들은 하반기 실질임금이 마이너스로 돌아설 가능성이 높다고 경고한다.
생산과 소비의 괴리는 산업 구조의 불균형을 드러낸다. 반도체·자동차 등 수출 주력 산업의 생산 회복이 전체 산업생산 지표를 끌어올렸지만, 정작 고용 창출과 임금 상승 효과는 대기업에 집중됐다. 2025년 상반기 대기업 임금이 5.7% 오를 때 중소기업은 그에 미치지 못했다. 소득에서 필수 소비가 차지하는 비중이 큰 저소득층일수록 물가 상승의 충격은 더 클 수밖에 없다. 실질임금 감소가 장기화하면 최근 회복 조짐을 보이는 민간소비마저 다시 위축될 것이라는 우려가 현실화하고 있다.
정부가 7월호 '최근 경제동향'에서 「경기 회복 흐름이 공고해지는 모습」이라고 진단하면서도 「물가 상승과 고용 둔화 등 민생 부담이 지속되고 있어 세심한 관리가 필요」하다고 언급한 것은 이런 현실을 인정한 것이다. 그러나 인정만으로는 부족하다. 실질소득을 끌어올릴 구체적 정책 수단이 나와야 한다. 기획재정부는 9월 중 발표 예정인 하반기 경제정책방향에 중소기업 고용 연계 세액공제 확대안을 포함해야 하며, 농림축산식품부는 필수 생활물가 안정을 위해 7~8월 애호박·대파 가격 급등 사태를 교훈 삼아 비축물량 방출 기준을 하향 조정해야 한다. 일본은 2024년 물가 급등 시 저소득층에 1인당 4만 엔의 직접 지원금을 즉각 지급해 소비 방어에 성공했다. 우리도 늦지 않았다.
생산 지표만 보고 경기 회복을 말하는 것은 절반의 진실에 불과하다. 공장이 돌아가도 가계 지갑이 열리지 않으면 내수 경제는 살아날 수 없다. 수출 호조가 민생 체감 경기로 이어지는 선순환 고리를 만드는 것, 그것이 지금 정부가 풀어야 할 가장 시급한 숙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