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체육관광부가 지난 5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보고한 '2026년 하반기 업무계획'의 핵심은 'K-관광 4000만 명 시대'였다. 최휘영 장관은 「관광객 3000만 명을 조기 달성하고 4000만 시대를 대비하겠다」고 밝혔다. 올해 6월 3주까지 외국인 관광객이 1000만 명을 돌파하며 2025년보다 한 달 빠른 속도로 증가하는 상황에서 나온 목표다. 하지만 정작 그 많은 관광객을 어떻게 받아들일 것인지에 대한 진단은 보이지 않는다.
관광객 증가세는 확실히 가파르다. 2026년 1~5월 외래관광객은 872만 명으로 전년 동기 대비 21% 늘었고, 2025년 전체 1894만 명에서 올해는 이미 절반을 훌쩍 넘어섰다. 5월 한 달 외국인의 국내 카드 지출액은 2조1000억 원으로 집계 이후 처음 월 2조 원을 돌파했다. 수치만 보면 한국 관광 산업은 승승장구하는 듯하다. 그러나 이 화려한 숫자 뒤에 가려진 구조적 취약점을 외면한 채 4000만이라는 목표만 던지는 것은 무책임하다.
숫자만 부풀린 계획은 결국 부실한 경험과 낮은 재방문율로 귀결될 뿐이다.
가장 심각한 문제는 서울 집중 현상이다. 2025년 외래관광객 조사 결과 서울 방문 비율은 76.8%에 달한다. 문체부는 5대 지방공항 중심의 '방한관광 골든루트' 조성 계획을 내놨지만, 의료·숙박·관광 인프라가 여전히 수도권에 집중된 현실에서 실효성이 의문이다. 2026년 5월 지방공항 입국 외국인은 36만 명으로 전년 동기 대비 32% 늘었다지만, 전체의 18% 수준에 불과하다. 나머지 82%가 인천공항을 거쳐 서울로 쏠리는 구조에서 4000만 명이 오면 수도권 교통·숙박·관광지 과밀은 더욱 악화될 수밖에 없다.
양적 성장이 질적 경쟁력으로 이어지지 않는다는 점은 더 큰 문제다. 세계경제포럼(WEF) 관광국가순위에서 한국은 2019년 14위에서 2021년 12위로 올랐다가 2024년 다시 14위로 떨어졌다. ICT 환경과 문화자원은 강점으로 평가받지만 '관광객 서비스 인프라'는 29위, '환경지속성'은 63위에 그쳤다. 외래객여행행태조사에서도 숙박시설·언어·교통·디지털정보 만족도가 낮게 나타났다. 관광객은 늘어나는데 이들을 제대로 응대할 인프라와 서비스는 제자리걸음이라는 뜻이다. 4000만 명을 받겠다면서 현재 1000만 명도 제대로 만족시키지 못하는 모순을 방치해선 안 된다.
문체부는 공항·항만·숙박 인프라 확충과 무비자 제도 확대를 추진 중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인프라 투자는 단기간에 가시화되기 어렵고, 입국 문턱만 낮춰서는 오버투어리즘 부작용만 키울 수 있다. 2019년 「관광진흥법」 개정으로 오버투어리즘 대응 근거를 마련했지만, 특정 관광지의 수용력 한계를 넘어서는 관광객 유입이 교통 혼잡·물가 상승·주민 불편을 초래한다는 지적은 계속되고 있다. 숫자 경쟁에만 몰두하다가는 지역 주민과의 갈등, 관광지 황폐화라는 대가를 치를 수밖에 없다.
4000만 관광객 시대는 목표가 아니라 결과여야 한다. 서울 집중을 완화할 지역 인프라 확충, 외국인 만족도를 끌어올릴 서비스 개선, 환경 지속성을 담보할 수용력 관리가 선행돼야 한다. 양적 목표를 앞세우기보다 현재 인프라로 감당 가능한 수준이 얼마인지부터 냉정하게 진단하고, 그에 맞춰 단계적으로 확대해 나가는 것이 순서다. 숫자만 부풀린 계획은 결국 부실한 경험과 낮은 재방문율로 귀결될 뿐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