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대통령이 지난 10일 청와대에서 '메가프로젝트 제2차 민관합동 점검회의'를 주재하고 향후 1년을 이행 골든타임으로 제시하며 전력망 구축 일정 단축을 당부했다. 앞서 이달 초 산업통상부가 임기 내 1600조원이 투입되는 3개 메가프로젝트의 가시적 성과를 목표로 하반기 정책 동력을 모으겠다고 보고한 바 있다. 반도체·피지컬AI·AI 데이터센터를 축으로 한 초대형 국책사업이 속도를 내는 모습이다. 그러나 골든타임이라는 이유로 타당성 검증이 뒷전으로 밀리는 것 아닌지 우려가 커지고 있다.
예비타당성 조사 면제가 남발되는 양상은 명백하다. 2025년 한 해 예타 면제를 받은 대형 국책사업의 총사업비는 19조 3938억원에 달했으며, 이는 전년 대비 2조원가량 증가한 규모다. 특히 지역 균형발전 및 국가 정책적 추진 명목의 사업비가 2024년 6조 8673억원에서 2025년 13조 7828억원으로 두 배 이상 급증했다. 올해 신규 사업 중 예타가 면제된 20개 사업 가운데 14개가 AI 관련 사업이라는 점도 주목된다. 올해 1월 과기정통부는 R&D 예타 기준을 500억원에서 1000억원으로 상향하고 대형 사업은 예타 대신 '사전 점검'으로 대체해 착수 기간을 7개월로 단축하겠다고 밝혔다. 신속한 추진이 중요하다지만, 수조 원대 국고가 투입되는 사업을 7개월 만에 시작하는 구조가 과연 타당한가.
골든타임을 강조할수록 더 신중해야 한다는 역설을 정부는 명심해야 한다.
재정 건전성 지표는 이미 위험 수위에 접근했다. 올해 국가채무는 1415조 2000억원으로 처음 1400조원을 넘어섰고, GDP 대비 국가채무 비율은 51.6%로 치솟았다. 정부 전망대로라면 2029년엔 58%에 이른다. 올해 예산안에서 총지출 증가율이 8.1%로 4년 만에 8%대를 기록한 것도 재정 팽창이 가속화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국고채 총발행은 232조원, 적자국채는 110조원으로 책정됐는데, 이는 직전 5개년 평균 대비 52조원이나 늘어난 수치다. 메가프로젝트가 민간 투자 중심이라지만 기반시설·전력망·산업단지 조성 등에는 막대한 국고가 필요하다. 1600조원 규모 사업을 추진하면서 중장기 재정 부담 계획은 어디에 있는가.
지역균형발전 명분과 경제 효율성 사이의 긴장도 간과할 수 없다. 정부는 지난 6일 광주 군공항 부지에 800조 원 규모의 호남권 반도체 클러스터 조성을 결정했다. 삼성전자 425조원, SK하이닉스 400조원 등 10년간 1000조원대 투자가 예상되는 초대형 프로젝트다. 충청·강원권에는 대규모 AI 데이터센터를, 경상남도를 포함한 영남권에는 피지컬AI·로봇 산업 벨트를 구축하겠다는 구상이다. 하지만 유승민 전 의원과 한동훈 의원 등 보수 진영에서는 수도권 집적 효과를 포기하고 지방에 분산하는 것이 비효율이라며 '포퓰리즘 정책'이라고 비판했다. 6월 24일 김용범 청와대 정책실장은 수도권에 짓고 있는 공장을 옮기는 것이 아니라 AI 시대의 폭발적인 메모리 수요에 대응하기 위한 신규 벨트 조성이라고 해명했지만, 기존 산업 생태계와의 연계성·인력 수급·물류 효율성 등 구체적 검증 자료는 부족한 상황이다.
대규모 국책사업일수록 신중한 타당성 검증과 중장기 재정 계획이 필수다. 예타 면제 남발은 단기 성과주의에 매몰돼 미래 세대에 재정 부담을 떠넘기는 지름길이다. 정부는 메가프로젝트 선도사업에 대해 예타 면제를 추진하고 기반시설 예타 신속화로 민간 투자 일정을 지원하겠다고 밝혔지만, 이는 절차 생략에 다름 아니다. 최소한 사업별 경제성 분석·재원 조달 계획·지역 파급효과 시뮬레이션을 투명하게 공개하고, 국회와 전문가 집단의 교차 검증을 거쳐야 한다. 특히 경상남도 등 영남권 피지컬AI 벨트처럼 신산업 분야는 해외 사례와의 비교 분석이 더욱 중요하다. 기존 제조업 기반과의 시너지, 인력 양성 로드맵, 글로벌 경쟁력 확보 방안을 면밀히 따져봐야 한다.
골든타임이라는 수사가 검증 생략의 면죄부가 되어선 곤란하다. 속도도 중요하지만 방향이 틀리면 더 큰 손실이다. 1600조원 규모 메가프로젝트가 국가 경쟁력을 높이는 투자가 되려면, 지금이야말로 냉정한 타당성 검증과 재정 건전성 점검에 시간을 투자할 때다. 골든타임을 강조할수록 더 신중해야 한다는 역설을 정부는 명심해야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