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위원회가 지난 13일 발표한 「부동산 시장 안정을 위한 금융 종합대책」에서 투기 목적 비거주 1주택자에 대한 전세대출 제한 방침을 공식화했다. 내년 1월부터 수도권·규제지역 아파트를 보유하고 있으면서 해당 주택을 임대하고 본인이나 배우자 모두 실거주 이력이 없는 경우 전세대출 보증을 제한한다는 내용이다. 약 6만 건, 9조3000억 원 규모의 전세대출 중 비거주 1주택자가 보유한 보증부 전세대출 잔액만 4조9000억 원에 달한다는 점에서 투기 수요를 억제하려는 정책 취지는 타당하다.
하지만 규제의 실효성과 형평성에는 의문이 제기될 수밖에 없다. 금융위는 부부 중 한 명이라도 해당 주택에 거주한 이력이 있으면 비거주 사유를 별도로 입증할 필요 없이 대출을 허용하기로 했다. 문제는 「단 1일」 거주도 실거주로 인정한다는 점이다. 금융당국은 은행이 주민등록 이력만 확인할 뿐 위장전입 여부까지 조사하지 않으며, 「그 정도까지 한다면 어쩔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형식적 전입을 통해 규제를 우회할 수 있다는 사실을 사실상 인정한 셈이다.
문제가 생길 때마다 예외를 추가하는 「누더기 규제」로는 투기도 막지 못하고 실수요자만 불편을 겪게 된다는 사실을 인정해야 한다.
이처럼 허술한 기준으로는 정작 투기 수요는 빠져나가고 실수요자만 걸러지는 역효과가 불가피하다. 지방 근무 직장인이나 부모 봉양, 자녀 교육 등 불가피한 사유로 주택을 보유한 채 다른 지역에서 전세로 거주하는 이들은 거주 이력이 없으면 대출 제한 대상이 된다. 금융위는 금융회사 여신심사위원회가 「비거주 사유의 불가피성이 명백하다고 인정하는 경우」 예외를 허용한다고 했지만, 금융사별로 심사 기준이 제각각일 경우 형평성 문제가 발생한다. 어느 은행에서는 승인되고 어느 은행에서는 거부되는 상황이 반복된다면 혼란만 가중될 것이다.
더 근본적인 문제는 전세사기 피해가 여전히 속출하는 상황에서 대출 문턱만 높이는 것이 과연 올바른 접근인가 하는 점이다. 이달 초 발표 기준 공식 인정된 전세사기 피해자는 총 4만278명, 누적 피해액만 4조7000억 원에 달한다. 지난달에만 609명이 추가 지정됐고, LH는 지난달 말 기준 1만256가구의 피해주택을 매입했다. 월평균 752가구씩 피해주택을 인수하고 있는 상황에서 실수요 전세 거주자의 대출 접근성을 제한하면 오히려 검증되지 않은 임대인에게 의존할 수밖에 없는 취약 계층만 늘어날 위험이 크다.
정부는 갭투자 차단을 위해 전세퇴거자금대출과 소유권 이전 조건부 전세대출을 조이고, 주택담보대출 한도와 생애최초 주택구입자의 LTV까지 낮췄다. 하지만 규제의 빈틈마다 예상치 못한 실수요자 피해가 속출하자 뒤늦게 잔금대출과 청년·신혼부부 대출을 총량 관리에서 제외하는 등 보완책을 덧붙이는 방식을 반복하고 있다. 문제가 생길 때마다 예외를 추가하는 「누더기 규제」로는 투기도 막지 못하고 실수요자만 불편을 겪게 된다는 사실을 인정해야 한다. 내년 1월 시행 전까지 실거주 판정 기준을 명확히 하고, 금융사 재량권 남용을 방지할 세부 지침을 마련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