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9일 국회 운영위원회와 법제사법위원회를 잇따라 통과한 국회법 개정안이 본회의 통과를 앞두고 있다. 개정안의 핵심은 신속처리안건, 이른바 패스트트랙 법안의 심사 기간을 현행 최장 330일에서 90일 수준으로 대폭 단축하는 것이다. 더불어민주당은 「명칭은 신속처리인데 처리까지 거의 일 년이 걸리는 모순을 바로잡는다」며 제도 정비 취지를 내세웠다. 하지만 이번 개정안은 다수당의 입법 독주를 가속화하고 소수당의 필수적 견제 기능을 무력화시킬 수 있다는 점에서 심각한 우려를 자아낸다.
패스트트랙 제도는 2012년 국회선진화법을 통해 도입됐다. 위원회에서 안건이 장기간 계류되는 문제를 해소하고, 국회의장 직권 상정으로 인한 원내 폭력 사태를 막기 위한 절충안이었다. 재적의원 5분의 3 이상 찬성으로 지정된 안건은 일정 기간 경과 후 자동으로 다음 단계로 넘어가도록 설계됐다. 그러나 21대 국회 기준 가결 법률안의 평균 심사기간은 303일로, 오히려 패스트트랙 최대 심사기간 330일보다 짧다. 제도의 실효성 논란은 있을 수 있지만, 심사 기간을 3분의 1 수준으로 압축하는 것이 정답일 수는 없다.
다수당의 힘으로 밀어붙인 법안이 결국 국민에게 어떤 결과를 가져올지, 민주당은 역사 앞에서 책임져야 할 것이다.
문제는 90일이라는 기간이 과연 충분한 사회적 논의를 보장할 수 있느냐는 점이다. 상임위 60일, 법사위 30일은 여야가 첨예하게 대립하는 쟁점 법안을 두고 이해관계를 조율하고 전문가 의견을 수렴하기엔 턱없이 부족하다. 과거 패스트트랙으로 처리된 사회적 참사 특별법, 유치원 3법, 선거제 개혁안 등도 졸속 입법 논란에서 자유롭지 못했다. 계모임 규정보다 쉽게 법이 만들어진다는 국민의힘 김승수 원내운영수석부대표의 지적은 과장이 아니다. 국민 삶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는 법률이 석 달 만에 통과될 경우, 입법의 완성도와 사회적 합의는 크게 약화될 수밖에 없다.
더 심각한 문제는 이번 개정이 다수당의 일방 처리를 제도적으로 뒷받침한다는 점이다. 현재 민주당은 국회 과반 의석을 보유하고 있으며, 재적의원 5분의 3 찬성 요건도 야당 일부만 동의하면 충족 가능하다. 개정안이 시행되면 민주당은 야당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90일 만에 법안을 밀어붙일 수 있게 된다. 국민의힘이 「일당독재를 하자는 거냐」며 표결장을 떠난 것도 이 때문이다. 합의제 민주주의의 핵심은 다수결 원칙과 소수 보호의 균형이다. 그런데 이번 개정은 다수당에 속도라는 무기를 쥐여주고, 소수당에게 허용된 최소한의 시간마저 빼앗는 것이다.
민주당의 문제의식이 전혀 근거 없는 것은 아니다. 실제로 일부 법안은 정쟁에 묻혀 수년간 표류하기도 했다. 하지만 그 해법이 심사 기간 단축일 수는 없다. 오히려 패스트트랙 지정 요건을 합리화하거나, 상임위 논의 활성화를 위한 절차 개선이 먼저다. 해외 의회를 보면 독일 연방의회는 법안 심사에 평균 6개월 이상을 할애하고, 미국 의회도 주요 법안은 1년 이상 논의하는 것이 관례다. 속도보다 숙의를 우선하는 것이 입법부의 본질이다.
민주당은 이번 개정안이 제도 본래 취지를 살린다고 주장하지만, 실상은 다수 의석을 앞세운 입법 독주의 고속도로를 닦는 것에 가깝다. 패스트트랙은 신속 처리가 아니라 신중 처리의 또 다른 이름이어야 한다. 90일 만에 통과된 법이 1년 뒤 부작용을 드러낸다면, 그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의 몫이 될 것이다. 국회는 지금이라도 속도 경쟁을 멈추고 숙의 민주주의로 돌아가야 한다. 다수당의 힘으로 밀어붙인 법안이 결국 국민에게 어떤 결과를 가져올지, 민주당은 역사 앞에서 책임져야 할 것이다.



